수족관 유래혁 장편소설, 유리벽 안에서 사랑하는 법 몇 해 전, 출장으로 제주도에서 오후 시간이 통째로 비어버린 적이 있습니다. 마땅히 갈 곳이 없어 혼자 아쿠아리움에 들어갔었던 적이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이런 남자랍니다. 평일 낮의 수족관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는데요. 관람객보다 물고기가 많은 그 고요 속에서 저는 유리벽 앞의 물고기 한 마리를 오래 지켜봤던 기억이 있어요. 녀석은 유리 쪽으로 곧장 헤엄쳐 오다가 어느 지점에서 몸을 틀어 되돌아가더군요. 잠시 후 같은 자리로 다시 왔다가, 같은 지점에서 또 돌아서더군요.이상하게 그런 패턴에 호기심이 가면서 재차 집중하면서 그 녀석을 바라봤습니다. 수조 앞 안내판에는 그 물고기의 이름과 원산지가 또박또박 적혀 있었는데, 정작 물고기 자신은 어느 바다에서 왔는지 모를 일이었지요. 유리는 투명하니까 물고기의 눈에는 벽이 아니라 그저 이어지는 세상처럼 보였을 텐데요. 저는 아이들이 있지만, 사실 동물원과 수족관 자체는 반대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우리 자유의 관점에서 동물을 소유하고자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생각이거든요.이번에 유래혁 작가의 장편소설 수족관을 읽으면서 갑자기 그때 출장의 시간이 생각났었네요.잊고 지내던 그 오후가 불쑥 되살아났어요. 투명해서 더 잔인한 벽이 있다는 사실을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었거든요.작가 유래혁은 원래 사진을 찍는 분이시더라고요. 제주출장샵 2016년부터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며 사진과 짧은 문장으로 삶의 반짝이는 순간들을 기록해 왔고, 2023년에 첫 산문집을 낸 뒤 같은 해 겨울 첫 장편소설 수족관을 내놓았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 소설의 무대가 전부 일본이라는 점인데요. 인물의 이름도, 거리의 풍경도, 공기의 습도까지도 일본의 것이라서 읽는 내내 번역된 일본 소설을 손에 쥔 듯한 착각이 듭니다. 독자들 사이에서는 일본 청춘물 특유의 투명한 공기를 한국어 문장으로 옮겨낸 소설이라는 이야기가 오르내리기도 해요. 표지에는 여름 뭉게구름 아래 자전거를 탄 두 아이가 수채화로 그려져 있어요. 이 그림 한 장이 소설 전체의 온도를 미리 일러줍니다.이야기의 중심에는 보육 시설에서 자란 소년 류이치가 있습니다. 부모의 얼굴 대신 시설의 규칙과 공동의 식탁을 기억하며 자란 아이지요. 그런 그의 앞에 아카리가 나타납니다. 류이치보다 먼저 그 시설에서 도망쳐 나온 소녀인데요. 그녀에게는 남다른 버릇이 하나 있어요. 다른 사람의 지갑을 훔치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돈이 목적이 아닙니다. 아카리가 탐내는 건 지갑 속에 담긴 이름과 신분증, 그리고 그 얇은 단서들이 암시하는 누군가의 인생이니까요. 그녀가 모아둔 훔친 지갑은 어느새 한가득인데, 그녀는 그 위에 상상을 덧칠하며 자기 것이 아닌 삶을 밑그림처럼 그려보길 좋아합니다. 그러다 자신에게도, 류이치에게도 훔친 이름 하나씩을 선물처럼 건넵니다. 남의 이름을 나눠 제주출장샵 가진 두 사람은 그 이름의 주인이 된 것처럼 서로를 불러보기도 하는데요. 이 놀이가 마냥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이름을 바꿔 부르는 순간마다, 자기 이름으로는 살아보지 못한 삶의 무게가 두 사람 사이로 조용히 스며들거든요. 뿌리 깊은 과거와 상처가 만들어낸 수족관 안에서 두 사람은 입을 맞추고, 서로의 숨을 훔쳐가면서도 언젠가 오키나와의 너른 바다에 닿는 꿈을 함께 꿉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 바다는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자꾸만 구체적인 장소가 되어가요. 여름의 골목과 자전거, 소금기 섞인 바람 같은 장면들이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한 장씩 이어지는 사이, 독자는 어느새 두 사람의 여름 안에 함께 들어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돼요. 이야기는 가볍고 산뜻하게 출발했다가 어느새 철학적인 질문 쪽으로 방향을 틀고, 설렘을 스치는가 싶더니 깊은 슬픔 쪽으로 천천히 가라앉습니다. 갇힌 물속의 사랑이 눈부신 햇살과 파도 소리에 도착할 수 있을지, 소설은 그 여정을 끝까지 따라갑니다. 결말을 미리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면 표지의 여름 구름을 한참 동안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이야기라는 것만 적어둘게요.저는 이 소설을 산소의 이야기로 느끼면서 읽을 수 있었어요.수족관이라는 공간의 물리학을 떠올려 보면 이렇지요. 그 안의 물은 유한하고, 산소도 유한합니다. 넓은 바다에서라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숨쉬기가 좁은 수조 안에서는 계산이 필요한 일이 제주출장샵 되는데요. 내가 한 번 숨을 쉬면 네 몫의 산소가 그만큼 줄어드는 구조 안에서, 사랑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요. 소설이 반복해서 보여주는 '서로의 숨을 훔친다'는 이미지가 달콤하면서도 서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할 수 있어요. 입맞춤이란 본래 숨을 나누는 행위인데, 닫힌 물속에서는 그 행위가 상대의 것을 가져오는 일과 구분되지 않으니까요. 류이치와 아카리가 꿈꾸는 바다는 그러므로 넓은 장소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사랑하는 일이 상대를 축내지 않아도 되는 세계, 숨을 아끼지 않고 마음껏 나눠도 되는 세계 말이지요.아카리의 도벽도 같은 맥락에서 다시 보입니다. 그녀가 훔치는 건 지갑이 아니라 다른 수조거든요. 자신이 고르지 않은 물속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이, 남의 이름을 잠시 빌려 입으며 다른 물의 온도를 상상해 보는 겁니다. 보육 시설이라는 배경은 여기서 무겁게 작동해요. 어떤 사람에게 과거란 스스로 선택한 적 없는 수조이고, 그 물의 성분은 평생 피부에 배어 있으니까요. 도입에서 말씀드린 그 물고기처럼, 몸이 먼저 돌아서는 지점을 지닌 채 살아가는 겁니다. 사회는 유리 너머 풍경처럼 훤히 보이고 손에 잡힐 듯 가까운데, 어떤 출신과 기억은 그 투명한 경계 앞에서 번번이 회전을 만들어내곤 해요. 작가는 책머리에서 수족관 같은 기억에 갇힌 사람들이 있다고, 아니 아예 수족관에서 태어난 사람도 있다고 썼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제주출장샵 사랑을 하는지, 가본 적조차 없는 바다를 어떤 방식으로 그리워하는지 말하고 싶었다고 고백해요. 저는 이 문장 앞에서 책장을 넘기던 손이 느려졌습니다. 가본 적 없는 곳을 그리워한다는 건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 일인데요. 수조에서 태어난 물고기의 몸속에도 바다의 기억 같은 것이 흐르고 있을지 모른다는 상상이 이상하게 설득력을 가졌습니다. 어쩌면 그리움이란 경험의 산물이 아니라 존재의 기본값인지도 모르지요. 살아본 적 없는 삶을 향한 아카리의 도벽과, 가본 적 없는 바다를 향한 두 사람의 꿈은 그렇게 한 몸으로 겹쳐집니다. 그 옛날 아쿠아리움의 안내판이 여기서 다시 떠올랐어요. 이름이란 어쩌면 수조 밖의 세상이 붙여준 라벨 같은 것인지도 모르는데요. 아카리의 이름 놀이는 그 라벨을 떼었다 붙였다 해보는 일이라 할 수 있는데요. 라벨을 바꾼다고 수조의 물이 바뀌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다른 물을 헤엄치는 기분이 들 테니까요. 이 소설이 가난이나 결핍을 전시하는 대신 놀이와 상상의 언어를 고른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의 문장들이 수채화처럼 번지면서도 끝내 흐트러지지 않는 건 그 거리 덕분이라고 느꼈습니다. 사진가 출신 작가답게 장면 하나하나가 프레임 안에 정확히 담겨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라는 점도 언급하고 싶어요.문장을 읽는데 자꾸 화면이 떠오르는 소설은 흔치 않거든요. 분량이 길지 않은데도 빠르게 읽히지 않는 책이라는 점에서우리 독자에게 제주출장샵 사색을 선사하는 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은유가 촘촘히 박힌 문장들 앞에서 자꾸 속도를 줄이게 되니까요. 그 느린 속도야말로 이 소설이 독자에게 요구하는 유일한 입장료인지도 모르겠습니다.책을 덮은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저는 그 옛날 아쿠아리움의 물고기를 자꾸 생각합니다. 같은 자리에서 몸을 틀던 그 정확한 회전을요. 다만 이제는 조금 다른 장면을 상상하게 되었어요. 어느 날 유리가 사라진 줄도 모르고 헤엄치던 물고기가, 늘 돌아서던 그 지점을 무심코 지나쳐 버리는 순간 말입니다. 그런 순간은 소설 밖의 우리에게도 가끔 필요하지 않을까요. 표지 속 두 아이는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여름 구름 아래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 길의 끝에 벽이 없는 물이 기다리고 있기를, 파도 소리가 두 사람 몫으로 넉넉하게 밀려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지막 장을 덮었네요. 해마다 여름이 오면 계절에 어울리는 소설을 한 권씩 골라 읽곤 하는데, 올해의 자리에는 이 책을 놓아두려고 합니다. 물속처럼 고요한 소설 한 권이 필요한 분이라면 이 책의 유리벽 앞에 한번 서 보셔도 좋겠습니다.#수족관 #유래혁 #유래혁수족관 #수족관책 #장편소설 #한국소설 #한국문학 #소설추천 #여름소설 #감성소설 #청춘소설 #성장소설 #힐링소설 #책추천 #북리뷰 #서평 #책리뷰 #독서기록 #독서블로그 #책스타그램 #오키나와 #여름책 #신간소설 #포스터샵 #일본감성소설 #코리안특급작가 #코리안특급서평












